“이 글은 특정 브랜드를 비난하려는 게 아니다.
미세 플라스틱을 한 방울이라도 덜 먹으려 유리병에 든 장류를 찾아 헤매다 마주한 현실적인 한계와 씁쓸함에 대한 기록이다”
주방의 플라스틱 통들을 다 갖다 버리고 나니, 정작 그 안에 담긴 내용물들이 보였다. 우리가 매일 먹는 고추장, 된장, 간장은 대부분 플라스틱 통이나 비닐 팩에 담겨 판매된다. 발효 식품 특성상 산도나 염도가 높은데, 과연 그 안에서 플라스틱 성분이 안전할까? 나는 이 의심을 해결하기 위해 모든 장류와 조미료를 ‘유리병’에 든 제품으로 바꾸기로 결심했다. 하지만 결과는 예상보다 참담했다. 아무리 뒤져도 유리병 모델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 품목들이 있었기 때문이다.
01. 유리병 초장의 실종: 치명적인 빈자리
가장 당혹스러웠던 건 ‘초장’이었다. 식초가 들어가 산도가 높은 초장은 플라스틱 용기에 담겼을 때 화학 성분 용출이 더 걱정되는 품목이다. 그런데 대형마트는 물론 유기농 전문점, 온라인 쇼핑몰을 며칠간 뒤져봐도 유리병에 든 초장은 찾을 수 없었다. 하나같이 튜브형 플라스틱이나 페트병뿐이었다. 결국 초장을 먹으려면 직접 유리병 고추장과 식초를 섞어 제조해야만 했다. ‘간편함’을 위해 우리가 포기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뼈저리게 느낀 순간이었다.
02. 설탕과 가루류: 유리병 모델은 왜 없을까?
설탕이나 소금 같은 가루 조미료도 마찬가지다. 100% 비닐 팩이거나 플라스틱 원통이다. 그나마 고가의 소금은 유리병 제품이 간혹 보이지만, 설탕은 유리병에 담겨 파는 제품을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였다. 미세 플라스틱 가루가 조미료 가루와 섞여 있을지 모른다는 찝찝함을 안고 비닐 봉투를 가위로 잘라야 하는 현실이 내게는 꽤 치명적인 스트레스로 다가왔다.
| 품목 | 유리병 제품 존재 여부 | 나의 개인적 대처 |
|---|---|---|
| 고추장/된장 | 일부 존재 (고급 라인) | 전통 옹기 제품이나 유리병 제품만 선별 구매 |
| 초장 | 거의 없음 (절망적) | 유리병 재료로 직접 만들어 먹음 |
| 설탕/소금 | 찾기 매우 어려움 | 대용량 구매 후 즉시 유리 보관병으로 이관 |
| 식용유/간장 | 비교적 많음 | 플라스틱 페트 제품은 절대 구매하지 않음 |
03. 유리병 프리미엄: 비싼 대가
또 다른 장벽은 ‘가격’이었다. 동일한 성분의 된장이라도 플라스틱 통에 든 것보다 유리병에 든 제품이 1.5배에서 2배가량 비쌌다. 무겁고 깨지기 쉬워 운송비와 포장비가 더 들기 때문일 것이다. 건강을 위해 플라스틱을 피하려니 식비가 수직으로 상승하는 걸 보며, 경제적 여유가 없으면 독소 노출을 피할 선택지조차 주어지지 않는다는 현실이 씁쓸하게 느껴졌다.
MY KITCHEN NOTES
플라스틱 장류를 피하는 나만의 고육지책
- 즉시 이관 루틴: 어쩔 수 없이 비닐이나 플라스틱에 든 제품을 사면, 집에 오자마자 소독한 유리병으로 옮겨 담는다. 노출 시간을 최소화하려는 나만의 방식이다.
- 전통 장인 찾기: 공장식 제품보다는 소규모 농가에서 유리병이나 옹기에 담아 파는 제품을 찾아 직거래한다. 발품이 들지만 가장 확실했다.
- 직접 만들기: 초장이나 쌈장처럼 배합이 필요한 소스는 이제 사지 않는다. 유리병에 든 기본 장류를 사서 그때그때 만들어 쓰는 게 속 편하다.
04. 결론: 소비자가 바꿀 수 없는 시장의 벽
2023년부터 시작된 나의 ‘유리병 추적기’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. 하지만 초장이나 설탕처럼 선택지가 아예 없는 품목을 마주할 때마다 소비자가 할 수 있는 일의 한계를 느낀다. 기업들이 유리병을 ‘프리미엄 라인’의 전유물로만 쓰지 말고, 가장 기본적인 제품부터 플라스틱을 걷어내 주기를 바랄 뿐이다.
혹시 당신도 미세 플라스틱을 줄이려 주방을 점검 중인가? 그렇다면 오늘 마트에서 ‘유리병에 든 장’을 한 번 찾아보라. 생각보다 훨씬 어렵고, 훨씬 비싼 그 과정을 겪어보는 것만으로도 우리가 얼마나 플라스틱 시스템에 깊숙이 갇혀 있는지 깨닫게 될 것이다. 그럼에도 불구하고, 나는 오늘도 그 비싸고 무거운 유리병을 장바구니에 담는다. 내 몸을 지키는 최소한의 자존심이기 때문이다.
본 포스팅은 Toxin Free Path 운영자가 2023년부터 직접 겪은 신체적 변화와 개인 측정기 수치를 바탕으로 작성한 지극히 개인적인 실험 기록입니다. 전문적인 의학적 진단을 대신할 수 없으며, 모든 결정의 책임은 이용자 본인에게 있습니다.